은행 대출 상담 창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저 얼마까지 나와요?”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 다니고 연봉도 같은 두 사람이 같은 날 같은 아파트를 보고 와서 대출을 알아봤는데, 한 사람은 3억 6,000만원, 다른 한 사람은 2억 9,000만원이라는 답을 듣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연봉이 같으면 한도도 같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도를 정하는 것은 연봉 그 자체가 아니라 연봉을 둘러싼 계산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구조의 이름이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2025년 7월 1일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된 이후 이 계산 구조는 더 복잡해졌고,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빌리느냐에 따라 같은 소득에서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한도가 벌어지게 됐다.
DSR 40%, 한도를 정하는 진짜 기준선
DSR은 연소득 대비 1년간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 원리금의 비율이다. 1금융권 은행은 40%, 보험사 등 2금융권은 50%가 상한이다.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라면 1년에 갚는 원리금 총액이 2,000만원, 즉 월 166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대출’이라는 표현이다. 주택담보대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마이너스통장까지 전부 합산한다.
과거에는 LTV, 즉 집값 대비 대출 비율이 한도를 정하는 핵심이었다. 집값의 70%까지 나온다는 식의 계산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 수도권에서는 LTV 한도에 닿기 전에 DSR이 먼저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억원짜리 아파트의 LTV 70%는 7억원이지만, 연봉 5,000만원 소득으로는 DSR 계산상 3억원 안팎에서 한도가 끊긴다. 집값이 아니라 내 소득이 한도를 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DSR과 자주 혼동되는 지표가 DTI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에 다른 대출의 ‘이자만’ 더해 계산하지만, DSR은 모든 대출의 원금 상환분까지 전부 반영한다. 그래서 신용대출이나 할부가 있는 사람일수록 DTI로는 여유가 있어 보여도 DSR에서는 한도가 확 줄어든다. 은행 상담에서 “DTI는 통과인데 DSR에서 걸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규제의 중심축은 DSR이므로, 내 한도를 가늠할 때는 DSR 기준으로 계산해야 실제와 가까운 숫자가 나온다.
받지도 않은 이자가 한도를 깎는 스트레스 금리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여기에 한 겹을 더 얹었다. 실제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스트레스 금리’로 상환액을 계산해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는 1.5%p가 가산되고, 지방은 0.75%p가 적용된다. 내가 실제로 내는 이자는 4%대인데, 한도 계산은 5%대 후반 금리로 하는 셈이다. 미래에 금리가 오를 가능성까지 미리 반영해 갚을 능력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의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연소득 1억원인 차주가 금리 4%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스트레스 금리는 5.5%로 계산되고, 대출 가능 금액은 약 4억원 수준으로 제도 시행 전보다 1억 2,000만원가량 줄었다. 같은 소득, 같은 집인데 제도 하나로 한도가 1억원 넘게 움직인 것이다. 3단계부터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기타대출까지 전 금융권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의 한도, 조건별로 계산해보면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다른 대출 없이 수도권 아파트를 사려는 경우를 보자. DSR 40% 기준 연간 상환 가능액은 2,000만원, 월 166만원이다. 실제 금리 4.2%, 30년 원리금균등 상환을 가정하면 스트레스 금리는 1.5%p를 더한 5.7%가 된다. 이 조건으로 월 166만원에 맞는 대출 원금을 역산하면 약 2억 8,700만원이다. 스트레스 금리가 없었다면 4.2% 기준으로 약 3억 4,100만원까지 가능했으니, 가산금리 1.5%p가 한도를 5,400만원가량 깎은 셈이다.
조건을 바꾸면 숫자가 크게 움직인다. 같은 사람이 지방 아파트를 산다면 가산금리가 0.75%p로 낮아져 한도는 약 3억 1,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만 2,500만원이다.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면 월 상환액이 분산되면서 한도는 약 3억 1,500만원으로 2,800만원가량 늘어난다. DSR 상한이 50%인 보험사로 가면 월 상환 가능액이 208만원으로 커져 같은 스트레스 금리로도 약 3억 5,900만원까지 계산된다. 은행과 보험사의 차이가 7,000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금리 인하 경쟁이나 우대금리까지 겹치면, 같은 연봉으로 1억원 가까운 한도 차이가 나는 구조가 완성된다.
금리 유형도 한도를 바꾸는 변수다. 스트레스 금리는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시장 금리에 그대로 노출되는 순수 변동금리 대출에는 가산금리가 전부 반영되지만, 일정 기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이나 주기형 대출에는 반영 비율이 낮아진다. 즉 같은 은행에서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변동형을 고르면 한도가 더 깎이고, 금리 고정 기간이 긴 상품을 고르면 한도가 덜 깎인다. 월 이자 부담만 보고 변동형을 선택했다가 정작 필요한 한도가 안 나오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소득 산정 방식에서도 차이가 벌어진다. DSR의 분모는 연소득인데, 근로소득자는 원천징수영수증상 소득이 그대로 잡히지만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신고소득 기준이라 실제 벌이보다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함께 대출을 받으면 소득을 합산해 분모를 키울 수 있어, 외벌이 연봉 5,000만원과 맞벌이 합산 5,000만원은 같은 한도가 나오지만, 맞벌이 합산 8,000만원이라면 한도가 1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 결국 같은 집을 사면서도 누구 명의로, 어떤 소득 증빙으로 신청하느냐가 한도를 좌우한다.
마이너스통장, 쓰지 않아도 한도를 잡아먹는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함정이 하나 있다. DSR 계산에서 마이너스통장은 실제로 쓴 금액이 아니라 약정 한도 전체가 부채로 잡힌다는 점이다. 비상용으로 5,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뚫어놓고 한 푼도 쓰지 않았더라도, 은행은 5,000만원을 이미 빌린 것으로 보고 DSR을 계산한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산정 만기가 훨씬 짧게 잡히기 때문에 연간 원리금 부담이 크게 계산되고, 그만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직접적으로 깎아먹는다.
직관과 반대로 움직이는 부분이 또 있다. 많은 사람이 ‘금리가 낮은 은행을 찾는 것’이 한도를 늘리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는 실제 금리가 0.2%p 낮아지는 것보다 만기를 10년 늘리거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는 쪽이 한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금리는 이자 비용의 문제고, 한도는 계산 구조의 문제라서 공략 지점이 다른 것이다.
반대로 한도를 늘리겠다고 대출 직전에 신용대출부터 받아두는 것은 최악의 순서다. 신용대출을 먼저 받으면 그 원리금이 DSR에 잡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다면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최대한 받고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메우는 순서가 한도 면에서 유리하다.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순서 하나로 총 조달 가능 금액이 수천만원 달라질 수 있다.
대출 계획이 있다면 지금 확인할 것
집을 사기 6개월 전부터는 DSR 관리가 사실상 시작이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은행 앱이나 부동산 계산기 사이트에서 본인의 현재 DSR을 확인한다. 다음으로 쓰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이 있다면 한도를 줄이거나 해지한다. 자동차 할부나 카드론이 있다면 주택담보대출 신청 전에 정리하는 것이 한도에 직접 반영된다. 마지막으로 같은 조건이라도 만기, 상환 방식, 금융권에 따라 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세 곳 이상에서 비교한다.
핵심은 하나다. 대출 한도는 연봉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봉에 어떤 계산식을 적용하느냐가 정한다. 스트레스 금리, 만기, 기존 부채, 지역, 금융권이라는 다섯 개의 변수를 이해하면 같은 소득으로도 수천만원의 한도를 만들어낼 수 있고, 모르면 그만큼을 앉아서 잃는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꼽자면, 지금 바로 본인 명의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약정 한도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 숫자가 미래의 내 집 대출 한도에서 미리 빠져나가 있는 금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