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 집주인은 보통 한 가지만 계산한다. “주변 시세가 올랐으니 보증금을 얼마나 더 받을까.” 그런데 1주택자라면 이 질문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숫자가 있다. 바로 양도세다. 전세금을 시세대로 올리느냐, 5% 안에서 멈추느냐에 따라 몇 년 뒤 집을 팔 때 세금이 수천만 원씩 갈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몇백만 원을 더 받으려다 양도세 수천만 원을 더 내는 일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비과세인 줄 알았던 1주택, 거주요건이라는 함정
많은 사람이 “집 한 채만 가지고 2년 넘게 들고 있다가 팔면 양도세는 안 낸다”고 알고 있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1세대 1주택 비과세의 기본 요건은 양도일 현재 국내에 1주택을 보유하고, 취득일로부터 2년 이상 보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는 경우가 있다. 취득 당시 그 집이 조정대상지역에 있었다면, 2년 보유에 더해 2년 이상 실제 거주까지 해야 비과세가 된다.
2026년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와 용산구로 좁혀져 있다. 문제는 과거 부동산 과열기였던 2017년 8월 3일부터 2022~2023년 사이에 이 지역에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상당수가 조정대상지역이었다. 즉 지금은 규제가 풀렸어도, 취득 시점에 조정대상지역이었다면 거주요건은 그대로 따라붙는다. 지역이 해제됐다고 거주요건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놓치는 사람이 많다.
거주요건을 못 채우면 어떻게 될까. 비과세 자체가 통째로 날아간다. 양도가액 12억 원까지는 비과세, 12억 원 초과분에만 과세되는 1주택 혜택을 아예 못 받고, 양도차익 전체에 일반세율(6~45%)이 매겨진다. 전세를 끼고 샀거나 직장 때문에 다른 곳에 살아서 정작 본인 명의 집에는 한 번도 못 들어가 본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전세금을 덜 올리면 거주요건이 면제된다는 역설
이 거주요건을 합법적으로 면제해 주는 장치가 바로 상생임대인 제도다.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만 올린 임대인에게, 1세대 1주택 비과세의 2년 거주요건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제도다. 원래는 거주기간 중 1년만 인정해 주는 식이었지만, 현재는 5% 룰만 지키면 실거주 2년을 한 번도 하지 않아도 비과세 거주요건을 채운 것으로 봐준다.
조건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첫째, 직전 임대차계약의 실제 임대기간이 1년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새로 맺는 상생 임대차계약은 직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않아야 한다. 셋째, 그 상생 계약을 2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넷째, 상생 임대차계약을 2021년 12월 20일부터 2026년 12월 31일 사이에 체결하고 임대를 개시해야 한다. 2024년 세법개정으로 적용기한이 2년 연장되어 올해 말까지가 마지막 구간인 셈이다.
여기서 반직관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보통 우리는 “임대료를 많이 받을수록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1주택 집주인에게는 정반대일 수 있다. 전세금을 시세대로 1억 원 더 올려 받는 대신, 5% 안에서 멈추고 상생임대인 요건을 채우면 나중에 집을 팔 때 양도세 수천만 원을 통째로 면제받을 수 있다. 눈앞의 보증금보다 미래의 비과세가 훨씬 큰 돈인 경우가 흔하다.
강남 한 채를 가진 김 부장의 계산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2018년에 송파구의 전용 84㎡ 아파트를 9억 원에 산 직장인 김 부장의 사례다. 취득 당시 송파구는 조정대상지역이었으므로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실거주가 필요하다. 그런데 김 부장은 회사 근처에 전세로 살았고, 본인 집은 전세 7억 원에 세를 줬다. 한 번도 실거주를 못 한 것이다.
2026년 이 집의 시세가 16억 원이 됐다고 하자. 양도차익은 7억 원이다. 거주요건을 못 채워 비과세를 못 받으면, 보유기간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이 경우 일반 공제)와 일반세율이 적용돼 양도세가 어림잡아 2억 원 안팎까지 나올 수 있다. 반면 거주요건을 충족해 1주택 비과세를 받으면, 12억 원까지는 과세 대상에서 빠지고 12억 초과분(4억 원)에 대해서만 과세된다. 게다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적용돼, 실제 세금은 1천만 원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 부장이 2024년 재계약 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5% 이내(7억 원 → 7억 3,500만 원 이하)로만 올리고 그 계약을 2년 유지하면, 한 번도 살지 않은 집의 거주요건이 면제된다. 보증금을 시세대로 8억 원으로 올렸다면 받았을 추가 5,000만 원을 포기하는 대신, 양도세에서 1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아끼는 셈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비과세만 면제되는 게 아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따라온다
상생임대인 제도를 단순히 “비과세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로만 보면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거주요건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율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일반 부동산의 장특공제는 보유기간에 따라 연 2%씩 최대 30%(15년)에 그치지만, 1세대 1주택은 보유기간 연 4%에 거주기간 연 4%를 더해 최대 80%까지 공제받는다. 그런데 이 거주기간 칸을 채우려면 원칙적으로 실제 거주가 필요하다.
상생임대인으로 거주요건을 면제받으면 비과세 문턱은 넘지만, 12억 원 초과분에 대한 장특공제의 ‘거주’ 부분은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실거주를 한 사람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똑같이 비과세를 받더라도, 양도가액이 12억 원을 크게 넘는 고가주택이라면 초과분 과세에서 공제율 차이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벌어진다. “상생임대인이면 무조건 세금 0원”이라는 단순한 기대는 위험하다. 비과세 자격을 살리는 것과 고가주택 초과분 세금을 최소화하는 것은 다른 계산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또 하나 자주 오해하는 부분은, 상생임대인 혜택이 ‘다주택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착각이다. 거주요건 면제 혜택을 받는 시점, 즉 그 집을 양도하는 시점에는 1세대 1주택자여야 한다. 임대를 줄 때는 여러 채를 가지고 있어도 무방하지만, 정작 팔 때 다른 집이 남아 있으면 비과세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 면제 혜택도 의미가 없어진다. 임대를 시작하는 시점이 아니라 파는 시점의 보유 주택 수가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놓치기 쉬운 함정, ‘직전 계약’은 아무 계약이나 안 된다
여기서 가장 많이 걸려 넘어지는 지점이 ‘직전 임대차계약’의 정의다. 상생임대인의 5% 비교 기준이 되는 직전 계약은 임대인 본인이 직접 체결하고 임대료를 실제로 받은 계약이어야 한다. 집을 살 때 기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임대차를 그대로 승계받은 계약은 직전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즉 “전세 낀 집을 사면서 떠안은 계약”을 기준으로 5%를 계산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 5% 계산은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따진다. 전세를 반전세로 바꾸거나 월세를 끼우는 경우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인상률을 계산해야 하므로, 단순히 “보증금만 5% 안 올렸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그리고 직전 계약의 실제 임대기간이 1년 6개월에 못 미치면(예: 세입자가 1년 만에 나가버린 경우) 그 계약은 상생임대인 판정의 직전 계약으로 쓸 수 없다. 흔히 “2년 살았겠지”라고 넘기지만, 중도 퇴거로 임대기간이 짧아진 사례에서 요건이 깨지는 일이 적지 않다.
오늘 당장 확인할 한 가지
정리하면,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1주택을 가졌고 실거주를 못 했거나 못 할 사정이라면, 상생임대인 제도는 거주요건을 합법적으로 면제받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핵심 숫자는 네 개다. 임대료 인상률 5% 이내, 직전 계약 임대기간 1년 6개월 이상, 상생 계약 유지 2년 이상, 그리고 계약 체결 2026년 12월 31일까지.
오늘 할 수 있는 행동은 간단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임대차계약서를 꺼내, ① 그 집을 취득할 당시 조정대상지역이었는지(취득 시점 기준), ② 현재 세입자와의 계약이 내가 직접 맺은 계약인지, ③ 직전 계약의 보증금·월세 대비 다음 계약에서 5%를 넘기지 않는지를 한 줄씩 체크해 보는 것이다. 재계약 도장을 찍기 전에 이 세 줄만 확인해도, 몇 년 뒤 양도세 고지서의 자릿수가 달라질 수 있다.



